4-5개월 정도, 저는 출, 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전철에서 틈틈이 컴퓨터 과학 분야의 기고문 또는 논문 등을 읽었습니다. 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서 쓴 부분을 중심으로 자세히 보았습니다. 초심의 마음으로 컴퓨터 과학 분야의 알고리즘 혁명가 ‘다이즈크스트라’가 ACM에 기고한 논문부터 웹을 창시한 ‘팀버너스 리’가 쓴 최근 글들을 보았습니다.

 

방 한구석에 처박혀 아직도 읽지 못한 논문들과 기고문들이 지저분하게 쌓여 있습니다. 그렇게 논문을 읽고, 그에 해당하는 참조를 찾아가며 프린트하며 찾아보는 이유는 제가 공부하고 있는 내용이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 생각을 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냥 이론에 갇히어 더 이상 창조적인 생각이 아니라 박제처럼 박혀 있는 죽어 있는 컴퓨터 과학이라는 느낌이 너무나 실감나게 느꼈었는지도 모릅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던 일반적인 전공 내용보다도 컴퓨터 과학 분야의 대가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어떤 생각을 최초에 가졌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그들의 창조적인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알아보고 제 자신이 변화하고 싶었습니다.

 

역시 한 토막 한 토막 읽을 때는 연결되지 못하는 점이라는 생각에 통합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정리를 한다고 했지만, 머리는 더욱 더 혼란스러워 져 갔습니다. 점들이 점점 많아 지면서 명확하게 점들을 연결하는 선을 그으려고 했었습니다.

 

바로 그 와중에 ‘임백준의 소프트웨어 산책’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희미 해진 정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공대생의 미래라는 현실과 앞으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한 미래가 그리 달갑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코딩 하는 즐거움, 내가 창조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내가 세상에 태어나 누구보다도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 즐거움이 고민과 번뇌를 날려 버립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명확하지 않는 상황에 ‘임백준의 소프트웨어 산책’을 도서관을 통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임백준의 소프트웨어 산책’은 초보자가 읽기에 쉽지 않은 책입니다. 책 이름 그대로 산책 대신 깊은 사색이 오히려 이 책을 표현하는 말이 어울립니다. 보통 저는 산책을 할 때는 더 이상 머리 안의 책상이 복잡해 져서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상황에 닥쳐 있을 때입니다.  산책을 통해서 편안하게 내 머리를 쉬게 해주고 나 자신을 되돌아 봄으로서 잠시나마 머리 안의 책상을 치우고 다시 되돌아가 힘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산책은 혼자보다는 맘에 드는 들어 하는 회사 동료나 선배, 후배 등과 같이 걷습니다. 이런 저런 잡다한 얘기와 함께 선배는 지쳐 있는 저에게 힘이 되어 주는 말과 앞으로의 비전을 서로 얘기합니다.

 

특히 그 산책을 임백준씨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책을 통해서 얻게 되었습니다. 임백준씨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블로그 한 번 가지 않았고, 그저 IT잡지나 책에서 보는 대선배이지만, 산책을 통해서 선배로서 하는 말을 책을 통해서 친해 지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너를 괴롭히는 코딩이 머니? 객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까? 객체가 왜 만들어 질까? 그리고 디자인 패턴은 좀 알아? 리팩토링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결국 보면 단순한 게 제일 좋은 거야. 개발 방법론은 어떤 게 좋은 걸까? 그리고, XML은 항상 좋은 건 아냐 그리고 내 예전 얘기 한번 들어 볼래?’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결국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단순한 지식 전달뿐 아니라 알고 보면 참 별거 없어. 인생이 다 머~ 즐거운 거야~새옹지마 아냐? 힘내라~ 어깨에 힘 좀 넣고~ 파이팅!’

 

책 속의 선배가 제가 궁금했던 점을 확실하게 알려 주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면 되겠는지 좀 더 확실히 해주고, 초심의 마음을 건네 줍니다. 원리를 알려 주고, 더 이상 헤매지 않도록 힘을 더해 줍니다.

 

저자의 마음을 제 마음속까지 느껴 집니다. 책을 보는 제 느낌은 참 기분이 좋습니다. 회사나 학교에서 얻을 수 없는 기쁨, 바로 책 읽는 즐거움 덕택에 인생의 단 맛을 느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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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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